위스키와 나머지/소장 위스키

아벨라워 아부나흐 - 중문 면세점의 축복

빵식이 2021. 3. 21. 01:58

아벨라워 아부나흐

이름: 아벨라워 아부나흐(ABERLOUR A’BUNADH)

지역: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 하이랜드 

증류소: Aberlour Distillery

배치(Batch) 넘버: 65

도수: 59.5% (Cask Strength, 이하 CS)

숙성기간: NAS(Non Age Statement)

특징: 싱글몰트, 올로로소 쉐리 캐스크 숙성, Non chill-Filtered

용량: 700ml

가격: $95(한화 기준 약 106,700원)

구매처: 제주도 중문 면세점

 

애주가 사이에서는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제주도 특산품, 싱글몰트 스카치 위스키 ’아벨라워 아부나흐’를 소개한다.

 

스페이사이드? 하이랜드?

스카치 위스키는 크게 보면 스페이사이드, 하이랜드, 로우랜드, 아일라 이렇게 4개의 생산 지역으로 구분한다. (여기에 내가 애정하는 캠벨타운도 추가해서 5개로 하겠다.) 즉, 각 증류소가 위치한 위치한 지역에 따라 스페이사이드 위스키, 아일라 위스키 등 이렇게 한 개의 지역+위스키로 이름이 붙여지는 것이 일반적이기 마련인데, 아벨라워 아부나흐는 하이랜드이면서 스페이사이드 위스키이다. 

 

아마도 이전에는 하이랜드로 구분되던 지역 중 일부가 나중에 스페이사이드라는 이름으로 분리되면서 그 경계에 위치해 있던 아벨라워 증류소가 스페이사이드라는 지역을 함께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싶다. 

 

뚜껑은 스페이사이드인데
몸통은 하이랜드라고 적혀있다.

 

왜 '아벨라워 아부나흐'를 구매해야 할까

코로나 사태 이후 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 속에서 우리가 저렴하게 위스키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은 아무래도 제주도 면세점이 유일하다. (남대문도 코로나의 영향으로 위스키 공급에 차질이 있는지 대부분 가격이 폭등했다.) 그중에서도 지금 소개하는 아벨라워 아부나흐는 제주도 공항 면세점에서는 판매하지 않고 중문 면세점에서만 구할 수 있으며, 공항 면세점보다 위스키 종류가 비교적 다양하지 않은 중문에서는 단연코 원픽이다. 

 

물론 지난 2020년 5월 말 대만 위스키 카발란(KAVALAN)이 중문 면세점에 입점하면서 아벨라워 아부나흐는 중문 특산품 절대 강자의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것 같다. 마치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자식에게 동생이 생기면서 점점 사랑을 빼앗기는 기분이랄까. (카발란은 다음에 소개하기로 하자.)

 

어찌 됐든 아벨라워 아부나흐는 여전히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위스키 중 필수 구매리스트 최상위권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 이유로 첫 번째는 역시 저렴한 가격이다. 쉐리 캐스크에 숙성시킨 위스키 중에서, 그것도 CS 중에 이 가격으로 구매 가능한 위스키는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쉐리 캐스크에 숙성시킨 위스키의 대표주자 격인 글렌드로낙을 CS로 구하려면 가격이 어마어마하다. 최근 많은 물량이 풀렸던 글렌 알라키도 CS는 아벨라워 아부나흐보다는 비싸다.

 

두 번째 이유는 역시 ‘맛’이 뛰어나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다음 배치가 나오면 나올수록 맛이 떨어진다는 평이 많지만, 이건 쉐리캐스크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올드보틀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이 어떻게 보면 아벨라워만의 문제는 아니다. 맥켈란, 글렌드로낙과 같이 쉐리 캐스크 숙성으로 유명한 위스키도 똑같이 겪고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즉, 아벨라워 아부나흐는 CS로서 가진 가격적인 메리트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동시에 맛 또한 뛰어나다. 참고로 서울에서 몰트바에서 아벨라워 아부나흐를 마시려면 한 잔에 3만 원 정도는 줘야한다.

 

맛이 어떻길래

일반적으로 위스키는 눈, 코, 입으로 느끼고 맛을 본다. 우선 쉐리캐스크 특성상 다른 캐스크에 숙성시킨 위스키에 비해 진한 황금색을 띈다. 마치 오랫동안 숙성시킨 좋은 위스키일 것만 같은 느낌인데 사실 아벨라워 아부나흐는 NAS, 즉 숙성 년수 미표기 제품이다. 여튼 색을 감상한 후에 냄새를 맡으면 기분 좋은 달콤한 냄새가 나면서 바로 맛보고 싶어진다. 

 

단 번에 들이켜 삼켰다가는 아마 식도가 타들어가고 엄청 고통스러운 기침이 나올 수도 있으니 혀만 적신다는 생각으로 조금 입에 넣고 느껴본다. 아무래도 고도수라서 입 안이 꽤 얼얼하다. 이윽고 입에 넣은 것을 삼킨 후 천천히 코로 호흡을 하면 입에서 비강(?)으로 서서히 향이 퍼진다. 뭔가 꾸덕하면서도 말린 과일처럼 수분은 날리고 당도를 응축시킨 진한 달콤한 향, 그리고 마지막에 입안에 남는 약간의 타닌감. 

 

처음에 개봉했을 때에는 알콜이 굉장히 팍팍 튀는 것 같으면서 스파이시함이 많이 느껴졌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특징은 누그러지고 뭔가 모르게 잔잔하면서 깊은 호수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역시 맛이 훌륭하다. 

 

구매는 면세점 현장에서

아벨라워 아부나흐는 전 세계에서 중문 면세점이 가장 저렴하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미 지금의 가격으로도 메리트가 충분하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하면 저렴할수록 좋다.

 

일단 면세점에서 현장 세일을 자주 한다. 보통 10% 할인이 일반적이며, 그러면 약 9만 6천 원 전후로 구매 가능하다.(환율에 따라 차이 발생) 참고로 인터넷 면세점에서 예약을 하더라도 현장에서 구매를 완료해야 하는데, 인터넷에서는 할인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듯 하다. 

 

(수정: 인터넷 면세점 예약 후 공항에서 바로 수령하는 것이 아니라 면세점 방문 후 구매 완료를 해야 추후 수령 가능하다는 사실을 최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할인이 되지 않는 인터넷 예약은 비추합니다.)

 

 

정리하며

아벨라워 아부나흐는 위스키 애호가 뿐만 아니라, 물에 희석시킨 40% 46% 등의 일반적인 도수의 위스키를 넘어 더욱 더 강렬하고 위스키 본연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CS를 입문하려는 사람에게도 알맞는 제품이다. 가격과 맛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이 제품은 1년에 6회밖에 없는 제주도 면세점 주류 구매 기회 중 한 번 쯤은 충분히 써먹어도 될 가치가 있으니 만약 기회가 있다면 이 위스키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보았으면 한다.

 

※ 개인에 따라 느끼는 맛과 향은 다를 수 있으며, 본문에 잘못된 정보가 있을 경우 피드백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